2017. 9. 16. (토) 제109호 

‘Watch M’ 주간 칼럼

불필요한 전술핵 한반도 재배치 주장 중단하라

미국의 한 방송이 트럼프정부가 한국에 전술핵 재배치를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는 방송을 내보낸 이후 한국사회는 전술핵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8일, 미국의 NBC방송은 백악관과 팬타곤 고위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한국의 요청이 있으면 트럼프정부가 한국에 전술핵 배치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며 “중국이 대북 압박을 강화하지 않으면 한국과 일본이 독자적인 핵무기 프로그램을 추구할 수 있으며 미국은 이를 막지 않을 것이라는 뜻을 미국 관리들이 중국측에 밝혔다”고 보도했다.

보도가 나오자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이 한국에 전술핵 재배치를 요구하는 서한을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발송하고 보수언론들은 연일 사설과 칼럼을 통해 전술핵 재배치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청와대는 전술핵 재배치를 검토한 바가 없다는 입장을 발표하고 지난 14일 문재인 대통령도 CNN과의 인터뷰를 통해 전술핵 재배치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표명했음에도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드 추가 반입이 완료된 이후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에 대한 방어능력을 높여나가기 위해 사드 배치를 강행했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이 역시 설득력을 가질 수 없는 주장이다. 주지하다시피 사드는 사거리가 3000킬로미터 내외의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한 미사일 방어체계다. 이는 전체 길이가 1000킬로미터 남짓의 한반도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로부터 남한을 방어하는데에는 방어범위적 한계를 갖는 부적합한 무기체계임을 의미한다. 이와같은 한반도 내에서 사드의 군사적 불필요성에 대해서 는 지난 2013년 미 의회조사국(CRS)이 ‘아태 지역에서의 탄도 미사일 방어 : 협력과 반대’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남한과 북한은 거리가 짧아 미사일이 낮은 궤도로 날아 몇 분 안에 도착할 것이기 때문에 사드의 효용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 바도 있다. 그런점에서 지난 7월 28일, 북한이 ICBM을 발사하자 그에 대한 대응조치라며 기존의 입장을 뒤집고 사실상의 사드 배치 완료 결정인 임시배치를 강행한 문재인정부의 태도는 군사적인 측면에서 볼 때 아무런 설득력도 정당성도 가질 수 없는 것이다.

핵 비확산은 미국의 패권 유지 위한 핵심 정책

주한미군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 논란과 관련해 우선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이 카드는 미국이 쉽사리 선택할 카드가 아니라는 점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세계 최강의 패권국이었고 냉전시대에는 물론 냉전 이후에도 군사력을 통해 그 패권을 유지해왔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핵이 있었다. 그리고 미국을 비롯한 몇몇 초강대국들의 핵무기 보유를 인정하고 그 외 국가들의 핵무기 보유를 금지한 핵확산금지조약(Nuclear nonProliferation Treaty, NPT)은 그 불평등성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핵 패권을 유지하도록 하게 해주는 주요한 도구였다. 즉 핵 비확산은 미국에게 있어 핵을 통한 패권 유지의 주요한 수단이자 목적인 셈이다. 그런 미국이 북한의 핵을 이유로 남한에 수십 년간 유지해 온 핵 비확산 정책을 전면 수정하는 행위를 스스로 행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지난 15일, 자유한국당의 방미특사단이 코리 가드너 미 상원 아태 소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전술핵 배치를 요청했으나 가드너 위원장이 “북핵의 가장 큰 문제는 확산”이라며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으로 북핵을 억제할 수 있다며 거절한 것은 이같은 미국의 입장을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미 정치권과 전문가들이 백악관이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를 언론에 흘린 것은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트럼프 특유의 언론플레이 성격이 짙다는 지적은 미국의 근본적인 핵정책이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 근거한 것이다.


<지난 2015년 미국 뉴욕 유엔에서 열린 NPT 회의 모습>

전술핵 한반도 배치 주장의 문제점들

그럼에도 최근 보수 언론 등을 통해 유포되는 전술핵 재배치 주장 논리는 중대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조선일보는 9월 14일자 사설(‘靑의 어이없는 전술핵 반대 논리’)을 통해 “북한의 핵무장으로 한반도 비핵화 원칙이 이미 깨졌다”며 “빈손으로 비핵화를 촉구하는 것보다 미국 전술핵이라도 있는 상태에서 남북 동시 비핵화를 요구하는 것이 실효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은 북한의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하고 이후 북한의 핵개발에 대해 한국은 물론 국제사회가 아무런 통제장치나 제재의 정당성을 갖지 못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점에서 잘못된 주장이다. 아울러 남북한의 동시 핵보유는 이후 상호간의 핵 무력 증강으로 이어질 것이며 한반도에 항상적인 핵전쟁의 위험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최악의 안보불안을 초래할 것임도 명심해야 한다.

또한 동아일보는 9월 11일자 사설(‘미국발 전술핵 재배치론, 우리도 이대로 있을 순 없다’)을 통해 전술핵의 한반도 배치 방안과 관련해 ‘나토식 핵공유’를 제안하기도 했다. 나토식 핵공유는 미국 주도하에 유럽 나토 소속의 5개국에 전술핵을 배치하고 이의 사용과 관련한 논의와 결정을 공동으로 하는 체계를 말한다. 그러나 상대적 자율성이 보장된 나토의 경우에도 전술핵의 배치장소나 수량, 타격 목표물 설정 등 거의 모든 결정은 미국에 의해 이루어지며 이 구조에 대해 회원국의 핵무기를 다른 나라에 이양하지 못한다는 핵확산금지조약 상의 규정을 위반한 사례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아울러, 주한미군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는 군사적인 측면에서의 효용성도 의문이다. 이미 미국은 스스로 공언한 바와 같이 한반도에 대한 핵우산을 제공하고 있다. 800여기에 달하는 대륙간 탄도미사일과 14척의 전략 핵잠수함, 수십 발의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전략폭격기를 보유한 미국이 마음만 먹으면 수 시간 내에 한반도에 전술핵보다 더 파괴력이 큰 전략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상황에서 전술핵의 한반도 배치는 군사적으로도 별 효용성이 없는 것이다. 언급한 유럽 내 배치된 전술핵 역시 군사적 효용성은 거의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최근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한국의 전술핵 재배치 논란과 관련해 “미국은 핵 억제력을 갖고 있으며 핵무기의 위치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 것은 이와같은 맥락을 의미하는 것이다.

<미 반덴버그 기지에서 발사되는 대륙간 탄도미사일 미니트맨 3>

무엇보다도 주한미군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는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을 불러와 동북아의 핵 군비증강을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중국은 주한미군 사드 한반도 배치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한국에서 일어나는 미국의 군사적 조치에 대해 자국의 안보적 이익과 직결해 인식하고 군사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는 사드와는 차원이 다른 중국의 반발을 불러와 한반도의 안보환경을 근본적으로 바꿀 위험성을 안고 있다.

전술핵 한반도 재배치는 위기 증폭시킬 뿐

북한의 핵실험과 유엔안보리의 제재 결의, 이에 반발하는 북한의 연이은 탄도미사일 발사 … 제재와 도발의 악순환으로 우리 모두의 평화가 위태로우며 안보정책을 수립하기가 쉽지 않음을 알고 있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문제의 해결은 대화로 시작될 수 밖에 없는 것을. 제재와 압박, 전술핵 재배치와 같은 군사적 조치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없으며 위기를 증폭시킬 뿐이라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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