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문재인 정부는 평택 미군기지 이전사업으로 쫓겨난

주민과의 약속을 성실하게 이행해 줄 것을 촉구합니다

 

우리는 평택 미군기지 이전확장사업으로 고향을 떠나야 했던 대추리 주민들입니다.

대추리는 캠프 험프리라는 미군기지 바로 옆에 있던 마을입니다. 일제시대 일본군 비행장 건설로 살던 곳에서 쫓겨난 주민들은 비행장 인근에 모여 억척스럽게 살았고, 미군이 비행장을 접수하고 확장한다며 또 쫓아냈을 때도 그곳을 떠나지 않고 기지 옆에 모여 살았습니다. 바닷물 머금은 땅을 맨손으로 개간하여 만든 옥답을 소중하게 가꾸며 살았습니다. 주민들이 각출하여 학교를 세우고 보건소를 유치했으며 매년 리민체육대회를 30년 이상 개최하는 등 대추리는 주민들의 자립과 화합으로 더욱 풍성했습니다.

그런데 2004년 정부는 땅주인에게 묻지도 않고 마을뿐만 아니라 옥답까지 모두 미군에게 내어주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미군기지 확장반대 주민대책위를 만들어 올해도 농사짓자는 구호를 내걸고 매일 저녁 촛불을 들며 4년간 싸웠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강제 수용과 군사시설보호구역 지정, 경찰과 군인을 동원한 강제 집행 등 주민들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사업을 강행하였습니다. 정부와 대화를 위해 자진출두한 주민대책위 위원장을 구속하고 실형까지 선고하는 등 주민을 향한 압박은 매우 잔인하였습니다.

2006년 5월 4일 새벽 4시 1만명이 넘는 경찰들이 대추분교 강제집행에 나섰습니다. 주민들을 고립시키고 우리의 소중한 학교 건물과 운동장 시설을 포크레인으로 무참하게 짓부쉈습니다.

군인들은 우리의 소중한 논밭 곳곳에 가시철망을 씌우고 파헤쳐 못쓰게 만들어놨습니다. 여명의 황새울 작전, 12년전 일이지만 그날 대추분교안에서 들렸던 그 비명소리는 아직도 귀에 생생합니다.

주민대책위는 2007년 2월 정부와 협상을 통해 이주하기로 정하였습니다. 주민들은 협상 결과가 제대로 이행된 후 이주하겠다고 했지만, 정부 협상단은 자신들을 믿으라며 기지 공사를 해야하니 서둘러야 한다고 했습니다. 결국 우리는 그해 4월 매향제를 지내고 대추리를 떠나 임시 주거지에서 2년을 살았고, 보상금으로 땅을 사고 집을 지어 노와이주단지를 만들어 함께 살고 있습니다.

그렇게 억울하게 마을을 버리고 떠나온 우리들이 10년도 지난 오늘 청와대 앞까지 온 이유는 너무 원통해서입니다.

자신을 믿으라던 정부는 아직까지 약속한 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와의 합의 중 우리들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공동체의 유지, ‘대추리’ 마을 명칭 사용이 이행되지 않았습니다.

이 합의는 ‘주민이 고향을 떠나야 하는 아픔과 주민이주에 따른 어려움을 겪게 된 데 정부가 유감을 표명’했던 ‘미군기지이전사업 관련 조치사항’입니다. 평택시 남쪽 끝 아무도 살지 않았던 충남국립축산과학원 부지 일부에 이주단지를 조성하기로 합의하였으니, 행정에 시간이 좀 걸려도 마을 이름을 쓸 수 있도록 정부가 조치해 줄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고 시장이 바뀌고 담당자가 바뀌면서, 주민과의 합의는 이런 저런 구실로 외면받아 10년이 넘도록 ‘대추리’ 행정명칭을 갖지 못하였습니다.

이주단지에 사는 우리들은 과거처럼 농사를 지어 생계를 이어갈 수 없어서, 마을 차원에서 협동조합을 만들어 자립 활동을 해왔습니다.

노력의 성과로 2015년 제2회 경기도 행복마을 만들기 콘테스트, 2016년 제3회 경기도 행복마을 만들기 콘테스트에서 최우수마을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어렵게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는데, 정부는 10년 전 약속을 아직까지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정부는 생계유지대책이라며 평택특별법상 상업용지를 8평 공급하겠다고 한 약속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농사 수입이 없는 이주민들은 고덕국제화지구의 상업용지 공급을 공동의 경제활동 방안으로 생각하고 10년을 기다려왔습니다. 그런데 LH는 상업용지가 아닌 다른 부지를 교묘하게 섞어 공급하겠다고 합니다. 이에 항의하자 사업 담당기관인 국방부와 한국토지공사는 책임을 떠넘기며 해결은 커녕 이주민들 사이에 갈등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국가가 주민들의 집과 땅을 수용하여 사업을 하기로 하고 이주민들에게 피해 대책을 제안하고 이를 합의했다면, 국가는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 세월이 흘러 조건이 바뀌었다면 그 약속을 지킬 수 있는 방안을 정부가 마련하고 제안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정부기관들은 약속을 지키거나 해결 방안을 만들려는 노력보다는, 주민들끼리 갈등만 부추겨 자포자기하게 만들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정부 기관들의 행태를 용인한다면, 앞으로 모든 국책사업에서 정부기관이 나몰라라 버티면 주민들이 포기하게 된다는 나쁜 선례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 대추리주민들이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이유입니다.

문재인 정부에게 촉구합니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담당자가 바뀌었다고, 국책사업의 피해자인 주민과의 약속을 책임지지 않는다면 어느 누가 국가를 믿겠습니까.

우리는 주민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정부가 미국과 합의한 미군기지 이전사업 때문에 고향과 옥답을 잃었습니다. 그곳은 우리들의 과거이자 미래였습니다. 나라가 없을 때 일본군에게 쫓겨나고 미군에게 쫓겨난 주민들입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주민들을 보호해주어야 하지 않습니까? 정부에게 배신당했다는 좌절을 더 이상 느끼지 않도록 대추리 주민들이 대추리 행정명칭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미군기지 이전사업으로 피해를 입은 주민들을 더 이상 이간질하지 말고 약속한 생계대책을 성실하게 이행해 주십시오.

10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공동체를 유지하며 살겠다는 대추리 주민들과의 합의를 지금이라도 성실하게 이행해 줄 것을 촉구합니다.

2018년 (행정대집행 12년) 5월 3일

대추리 평화마을 주민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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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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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약속이행을 호소하는 대추리 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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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리마을 신종원 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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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미군기지 확장 반대 투쟁 당시 옥고를 치르기도 했던 김지태 전 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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