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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7. 1. (일) 제147호 

‘Watch M’ 주간 칼럼

여기는 다른 세상이 아니다
-소성리 현장에서 함께 한 며칠

 


<매일 오후 기지 정문에서 피켓팅을 하는 소성리 주민들>

 

나흘 동안 소성리에 다녀왔다. 지난 4월 23일, 공권력에 의한 네 번째 폭력 진압이 있었다. 사드부지 공사 장비 반입을 위해서였다. 공사가 시작되면서 또 다시 투쟁은 일상이 되었다. 현재 소성리의 일상은 이렇다. 6시 30분에 진밭교 평화 기도회를 시작으로 사드 부지 공사 인부들에 대한 출근 저지 투쟁이 있다. 11시에는 마을회관 앞에서 평화백배가 있고, 3시부터는 소성리 할머니들이 기지 정문 앞으로 올라가 직접 피켓팅을 한다. 4시 반이 되면 진밭교 앞에서 퇴근 저지 투쟁이 진행된다. 저녁식사 이후에도 할머니들은 회관 앞 천막에 모여 이야기들을 나눈다. 예전에 통과 차량 검문을 할 때 할머니들이 항상 회관 앞에 머물던 것이 계속 이어져 오고 있는 거라고 했다. 
기지 정문 앞 피켓팅을 하다가 주민들 중 한 분이 이런 말을 했다. 얼마 전에 밭일을 끝내고 피켓팅에 나가기 전 삼십 분 쯤 누웠다 일어났는데 몸이 정말 개운했다고. 너무 오랜만에 느끼는 기분이라서 생각을 해보니, 예전에는 이렇게 종종 누울 기회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렇게 하지 못하게 됐다고. 소성리 사람들은 매일 경찰을 마주한다. 그들 대부분은 몇 차례의 경찰 폭력을 직접 겪었다. 소성리에서 진압은 주로 밤에 이뤄졌다. 긴 밤 동안 몇 번이나 경고방송을 들으며 끌려나왔을 것이다. 그때만큼 격렬하지는 않지만, 이제는 매일 아침 경고방송을 듣고 의자에 앉은 채로 들려나온다.
현장에서 소성리 사람들과 경찰들은 같은 공간에 머물며 숨을 쉬고 있다. 주로 말을 거는 쪽은 우리들이다. 현장에는 구호와 노래가 계속된다. 사드 철거, 불법공사, 중단, 평화 같은 말들이 공기처럼 떠다닌다. 현장에서 사람들은 그 단어들을 호흡처럼 들이쉬고 내쉰다. 물리력으로 공사를 막을 수 없으니 조금이라도 더 공사를 지체시키려고 이런저런 발언을 한다. 환경영향평가도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되는 공사는 불법이다, 비핵화와 탄도미사일 시험장 해체가 진행되고 있는데 사드가 왜 필요하냐 등등. 경찰들은 아무 반응도 하지 않는다. 
사실 소성리 사람들의 발언은 국가가 스스로 내세웠던 명분을 그대로 되돌려주는 것이다. 경찰이 그렇게 하듯, 국가는 대답하지 않는다. 양승태 사법농단 사태에서 보았던 것처럼 공정한 이의 제기와 그에 따른 행동은 국가가 내세우는 또 다른 법에 의해 불법으로 치부된다. 두 개의 법체계가 있는 것도 아닌데, 공정의 기준은 임의로 결정된다. 마치 서로 다른 세상에 있는 것처럼 말이다.
 

<출근저지 투쟁 중 현장에서 경찰에게 들려나오는 연대자>
소성리에 도착한 첫날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한 분이 또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서른 번째 죽음이었다. 유언처럼 남긴 마지막 말들의 마지막은 이랬다. “정리해고를 겪으며 ‘내가 사는 세상’을 봤다. 전에 몰랐던 실제 세계에 눈을 뜬 것 같았다. 갈수록 이 세상이 점점 빠듯해질 것이란 사실을 알았다. 내 아이들이 불쌍하다.” 투쟁이 장기화되면 될수록 싸우는 사람들의 호흡은 가빠진다. 현장에 상주하는 활동가에게 보건소가 실시한 심리상태 검사에서 소성리 주민들의 우울증 정도가 다른 마을보다 더 높게 나왔다는 말을 들었다.
소성리 토요 촛불은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추모제로 치러졌다. 박석진 활동가와 마지막 인사 발언을 했다. 박석진 활동가는 방위비분담금, 무기 구매 비용, 기지 오염정화 비용 등의 동맹 비용을 언급하면서 이번에 소성리에 와서 또 다른 동맹 비용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사드가 들어오기 전 할머니들이 회관이 모여서 쉬시거나 이야기를 나누셨던 그 모든 일상들이 이제는 사라져버린 것을 알게 됐다고, 동맹 비용으로 청구된 그 모든 일상을 꼭 돌려받는데 힘쓰겠다고 발언했다.
그 말을 들으며 경찰과 대치중에 종종 듣던 구호를 떠올렸다. 우리들은 우리뿐만 아니라, 당신들의 평화를 위해서도 싸우고 있다고. 그렇다. 빼앗긴 일상을 돌려받는 것은 일상을 포기하면서까지 싸운 당사자들만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돌려받는다. 7월 7일 오후 3시에는 제8차 소성리 범국민 평화행동이 열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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