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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9. 17. (월) 제156호 

한 주의 시詩작

열대야

 가도 가도 여름이었죠. 흩어지려 할 때마다 구름은 몸을 바꾸고 풀들은 바라는 쪽으로 자라요. 누군가 길을 묻는다면 한꺼번에 쏟아질 수도 있겠죠. 쉼표를 흘려도 순서는 바뀌지 않으니까. 곁에는 꿈이니까 괜찮은 사람들. 괄호 속에서 깨어나는 사람들. 지킬 것이 없는 개들은 제 테두리를 핥고 햇빛은 바닥을 핥아요. 나는 뜬눈으로 가라앉고요. 돌 속에는 수많은 입들이 있고, 눈을 가린 당신이 있어요. 빗소리는 단번에 떨어져 수만 번 솟구치고요, 앞도 뒤도 없이 일제히 튀어 오르는 능선들. 갈 데까지 가고서야 공이 되는 법을 알았죠. 잎사귀처럼 바닥을 굴러 몸을 만들면, 바람을 숨긴 새처럼 마디를 꺾으면, 안은 분명할까요. 뼛속을 다 비우면, 바깥은 안이 될까요. 아직 가도 가도 어둠이에요. 하루가 가도 하루가 남는, 손을 뒤집어도 손이 되는. 그러니 당신, 쓴 것을 뒤집어요. 다시 습지가 될 차례에요.
 
김선재, <목성에서의 하루>, 2018


 
쉽게 잠 못 이루는 밤이 있다. 떠오르는 불안이 계속해서 덩치를 불려가는 밤. 열기와 습기가 가득해서 내가 너무 무성해지는 밤. 불안이 먹구름처럼 짙어져서 정말 누군가 어떻게 지내냐고 물으면(“누군가 길을 묻는다면”), 내가 왈칵 쏟아질 것만 같은 밤. “수많은 입”에서 나오는 목소리와 “수만 번 솟구”치는 빗소리 속에서, 정말 아무것도 모르겠어서 그저 “뜬눈으로 가라앉”게 되는 밤.

시인도 수많은 불면의 밤을 보냈을까. “갈 데까지” 갔다는 시인은 “갈 데까지 가고서야”만 할 수 있을 것 같은 물음을 던진다. “잎사귀처럼 바닥을” 구르고, “바람을 숨긴 새처럼 마디를 꺾”고, “뼛속을 다 비”워내면, 그렇게 하면, “안은 분명”해지는지, “바깥은 안”이 되는지.

안과 밖. 우리는 종종 묻곤 한다. 이 수많은 마음들은 다 어디서 왔을까. 내게서 기인한 것일까. 바깥에서 찾아온 것일까. 마음이 써내려가는 이 수많은 불안은 다 어디서 솟아나는가. 이 문장들이 끝나긴 하는 것일까. 과연 불안은 정돈될 수 있을까.

이번 여름이야말로 정말 “가도 가도 여름이었”다. 더위는 가셨지만, 나는 가시지 않는다. 그걸 아는 자의 문장으로 시인은 쓴다. “아직 가도 가도 어둠이”고,  “하루가 가도 하루가 남는”다고. 이 지점에서 시인은 지친 것 같기도 하지만, 그런 것만은 아니다. 시인은 이 시에서 가장 결연한 두 문장으로 시를 끝맺는다. “그러니 당신, 쓴 것을 뒤집어요. 다시 습지가 될 차례에요.”

써내려간 불안을 뒤집어도, 사라진 것이 아니다. 다시 차오르는 것들이 있다. 가도 가도 끝나지 않는 것은 내가 계속 걸어가기 때문이다. 차오르는 것을 감내하면서, 끝끝내 써내려가기 때문이다. 이 시가 이 시집의 첫 시임을 덧붙여둔다.
 

‘Watch M’ 주간 칼럼

남북정상회담,
한반도 평화 열 역사적 합의 내오길
 

내일부터 3일간 올 들어 3번째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게 된다. 지난 7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번 평양에서 열릴 남북정상회담의 의제와 관련해 판문점 선언 이행상황 점검과 추진 방향 확인, 한반도 항구적 평화정착과 공동번영 문제,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위한 실천적 방안 협의 등 3개의 의제로 설명했다.
 
지난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에 판문점 선언이 있은 후 이를 이행하기 위한 여러 논의들이 있었고 의미있는 진전들이 전개되었다. 판문점 선언문 제1조의 남북관계의 개선과 관련해 남측의 통일부와 북측 조국평화통일위원회를 중심으로 하는 고위급 회담이 전개되었고 실제적인 성과로 지난 9월 14일 개성에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개소되었다. 이를 통해 남과 북은 처음으로 상시적인 소통 채널을 갖게 되었다. 그 외 지난달 있었던 아시아경기대회에서 남북 단일팀이 구성되는 등 평창 동계올림픽에 이어 문화체육분야에서의 교류도 이어졌다. 이산가족 상봉도 약속대로 진행되었다.
 

<지난 6월 14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남북장성급군사회담에서 김도균 남쪽 수석대표(왼쪽)와 안익산 북쪽 수석대표가 악수하고 있는 모습>
 
판문점 선언문 제2조의 군사적 긴장 완화와 전쟁 위험 해소와 관련해서도 잇단 장성급 회담과 군사실무회담을 통해 의미있는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13일 진행된 남북 군사실무회담은 날을 넘겨 17시간 동안 진행되었는데 군 수뇌부가 핫라인 구축과 육해공에서의 무력충돌 방지와 적대행위 금지방안이 주된 의제였다고 알려졌다. 실제 남북 군사당국은 거론되어 왔던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의 시범철수 및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의 비무장화에 사실상 합의했으며 이번 상부의 검토를 거쳐 이번 정상회담에서 공식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 외 한국전쟁 당시 전사한 유해의 공동발굴도 조만간 실시될 것으로 알려졌다. 서해 평화수역의 문제는 해상경계선과 관련한 남북 군당국간의 이견이 있지만 NLL 일대에서의 해상사격 중지 등 적대행위 중단 방안이 합의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판문점 선언과 관련된 남북관계의 의미있는 진전들
 
문제는 판문점 선언문 제3조의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와 관련한 부분이다. 3조의 주요 내용은 남과 북의 불가침 합의 준수와 올 해 안 종전선언 및 정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전환, 한반도의 비핵화이다. 남과 북의 불가침 합의 준수는 작년 11월 말 이후 북한이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발사를 중단했고 한미 군당국이 매년 열리던 연합군사연습을 중단하며 일정 성과를 내고 있으나 종전선언과 정전협정의 전환, 한반도 비핵화 부분은 북미간의 대화가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어려움에 처해 있다.
 
정확히 말하면, 한반도의 비핵화는 중대한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북한은 지난 4월 핵·경제 병진노선을 사회주의 경제 중심노선으로 전환하며 국가정책 차원에서의 노선 변화를 결정했고 이후 풍계리 핵실험장의 폐쇄,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해체 등의 실질적 조치들을 단행했다. 최근 미국의 소리(VOA) 등 보도에 따르면 평남 평성에 있던 ICBM 조립시설이 민간 위성업체 사진을 통해 사라졌다고 보도되었으며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인 38노스는 작년 10월 건설되었던 이동식 탄도미사일 발사대(TEL) 관련 구조물도 해체되었다고 보도된 바 있다.
 
문제는 이러한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대해 미 행정부가 실질적 비핵화 조치가 아니라고 규정하며 핵무기와 핵시설, 핵 프로그램에 대한 완전한 신고를 요청하며 협상을 난항으로 이끌고 있다는 점이다. 주지하다시피, 북한의 비핵화는 미국의 북한에 대한 체제보장과 한 묶음으로 진행될 수 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보면, 미국은 북한의 체제보장과 관련해 어떤 조치들을 취하고 있는가. 아무리 찾아보아도 한미연합군사연습을 중단한 것 외에는 없다. 이마저도 얼마전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더 이상의 중단 계획은 없다며 다시 한미연합군사연습을 재개할 입장마저 보인 바 있다. 오히려 미국은 북한이 중국, 러시아 등과 유엔 안보리의 제재 결의를 위반하고 있다며 더 치밀한 제재와 압박에 골몰하고 있다. 지난 4일 미 상무부는 북한에 방탄차량을 들여보냈다며 중국의 기업과 개인을 수출 제재 명단에 올렸다. 12일 미 국가정보국은 난데없이 북한을 미국 선거에 개입할 수 있는 국가로 지목하며 미 선거에 개입하는 외국기관, 개인 제재를 규정한 행정명령에 포함시키기도 했다. 급기야 17일 미 유엔대표부는 중, 러를 지목하며 대북제재 이행 방해행위와 관련한 긴급 유엔 안보리 소집을 요구하고 나섰다. 북한이 스스로 비핵화를 진행하면 할수록 미국의 제재와 압박은 더욱 더 강해지는 불공평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5일 대북특사단을 만난 자리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와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해체 등 북 입장에선 실질적이고 의미있는 비핵화 조치들에 대해 국제사회가 너무 인색하다며 선의를 선의로 받아들여줬으면 좋겠다는 하소연이 설득력 있게 들리는 이유다. 
 
 <유엔안보리서 발언하는 니키 헤일리 미 유엔 주재 미국 대표>
 
북 비핵화 진전할수록 미 대북 제재·압박은 더 강해져
 
여기에 남북관계 개선 움직임에까지 제동을 걸고 있는 미국의 태도는 보다 깊은 문제의식을 갖게 한다. 어렵사리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개소했지만, 그 과정에서 미국은 지원자가 아닌 방해자의 태도로 일관했다. 애초 8월 중 개소를 목표로 했던 것이 9월 중순으로 넘어 온 것도 미국의 부정적 태도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말 남북이 함께 하려던 경의선 철도 북측 구간 조사 계획도 유엔사의 승인이 나지 않아 무산된 바 있다. 남북관계 개선은 북한의 비핵화와 보조를 맞추라는 미 국무부의 지속적인 입장 표명은 미국의 허락없이 남북관계 진전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여기에는 미 행정부의 전직 관료까지 합세하고 있다. 크리스토퍼 힐 전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지난 13일 미국의 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정부가 지나치게 남북관게 발전시키려 한다는 인상을 준다”며 “북미간 비핵화 대화 진전때까지 남북관계 진전 한계 있다는 것을 한국정부가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버트 갈루치 전 미 국무부 북핵특사는 “한국정부가 제재에서 후퇴해 북한과의 관여 늘리려 하지만 남북이 이룬 진전이 한미동맹에 균열 일으킬 수 있다”며 “문재인정부가 한미동맹 유지에 필요한 요건을 준수하는데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북핵 문제가 북미간 안보 현안으로 존재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의사와 요구를 무시할 수만은 없는 조건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한반도 평화를 주도해야 할 남과 북의 의지와 실천이다. 판문점 선언 제1조 1항은 다음과 같이 시작되고 있다.
 
“남과 북은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민족자주의 원칙을 확인하였으며 …”
 
내일부터 시작될 남북정상회담이 한반도의 지속적인 평화와 번영을 가져오는데 역사적인 합의와 성과를 도출해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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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활동 소개

[2018년 9월 5일~9일] 제11회 동아시아 미군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심포지엄 개최 및 한국, 일본, 오키나와 평화활동가 교류와 연대 행사 -미군기지 현장에서 평화를 일구는 사람들- (사진글)

지난 9월 5일부터 9일까지 일본과 오키나와의 평화활동가들이 한국에 왔습니다. 매년 한국과 일본, 오키나와를 번갈아 가며 개최하는 동아시아 미군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 심포지엄이 이번에 한국에서 열리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심포지엄 개최와 더불어 일본과 오키나와의 평화활동가들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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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 ‘학살을 거부한 군인들’ -평화의 관점에서 여순항쟁 다시보기- (행사 프로그램 안내 및 참가 신청 링크)

1948년 10월, 제주 43 당시 제주도민을 학살하라는 명령을 거부한 군인들이 있었고 그들의 저항은 여수, 순천의 민중과 결합하며 항쟁이 되었습니다. 15,000여명의 희생자를 낳았던 현대사의 비극, 여순 항쟁이 70년이 되어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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