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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0. 1. (월) 제157호 

한 주의 시詩작

눈이 내리고 있다

연일 폭염이 지속되는 가운데
 
깊고 무거운 몸을 뙤약볕에 지지고 있는
 
차고지의 시동 꺼진 702A 버스 안에서
 
스마트폰에 형은 쓴다
 
눈이 내리고 있다
 
쓰고 나서 형은 생각한다
 
이 문장이 실현될 수 있는 확률에 대해
 
그러고 나서 스스로를 위로한다
 
모든 문장은 가능성으로만 존재한다고
 
괜찮다
 
누구도 진실을 적어 내려간
 
눈이 내리고 있다고 쓰면
 
눈이 내리고 있는 것이다
 
출발 시간이 다 되어도 기사님은 오지 않고
 
열없이 달뜬 시간 속에서
 
형의 눈 내리는 문장은 삭제되기 시작하고
 
형은 그 사실을 모른다
 
그러나 아무도 형을 모른다

 
임경섭, <우리는 살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다>, 2018


 
출발을 기다리는 버스 안에 형이 앉아 있다. 아마 형은 혼자인 것 같다. 설사 혼자가 아니더라도, 폭염 속에서 ‘눈이 내리고 있다’는 터무니없는 문장을 쓰는 사람은 형밖에 없을 것이다. 형은 문장이 실현될 가능성이 적다고 생각하지만, 문장을 지우지 않는다. 오히려 ‘모든 문장은 가능성으로만 존재하’고, ‘누구도 진실을 적어 내려간 적 없’다며 ‘눈이 내리고 있다고 쓰면 눈이 내리고 있는 것이’라고 거의 믿음에 가까운 말을 꺼낸다. 형은 그렇게 ‘스스로를 위로한다.’
 
적어도 이 순간, 형에게 있어 진실의 반대는 거짓이 아니다. 진실의 반대는 가능성이다. 모두가 동의하는 ‘진실’을 거부하면서 형은 자신만의 가능세계 속에 있다. 그곳에는 지금 눈이 내리고 있다.
 
그렇게 혼자 있는 형에게는 오기로 되어 있는 버스기사조차 오지 않는다. 심지어 ‘형의 눈 내리는 문장은 삭제되’기 시작한다. 형이 쓴 문장의 가능성은 결국 실현되지 못하고 사그라들고 있지만, ‘형은 그 사실을 모른다.’ 여기까지만 생각한다면 형은 오로지 자신의 마음에만 거주하는 마치 유아론적 세계에 있는 것 같다. 누구의 공감도 얻지 못하는 그런 세계. 거기에 시인은 한 마디를 덧붙인다. ‘그러나 아무도 형을 모른다.’
 
만약 시인이 ‘그리고’ 아무도 형을 모른다고 썼다면, 형의 세계는 그대로 머물러버렸을 것이다. 그러나 시인은 ‘그러나’라고 적었다. ‘아무도 형을 모른다’는 두 가지 의미로 이해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는, 아무도 형이라는 사람이 있는 줄 모른다. 둘째는, 아무도 형에 대해 완벽히 이해하지 못한다. ‘그리고’는 전자로, ‘그러나’는 후자로 이어질 것이다.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세계가 아무것도 아닌 것은 아니다.
 
시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것은 아마 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어떤 객관적인 진실에 기대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때로 믿음이나 위로는 진실에 기대지 않는다. 오히려 그렇지 않기 때문에 더 힘을 가지기도 한다.

‘Watch M’ 주간 칼럼

다자안보체제와 ‘힘을 통한 평화’의 사이에서
 

“동아시아철도공동체는 향후 동아시아에너지공동체와 경제공동체, 더 나아가 동북아 다자평화안보체제로 이어질 수 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한 축에서 동북아경제공동체의 바탕을 다져나가고, 다른 한 축에서 다자간 안보협력을 구현할 때, 동북아의 진정한 평화와 번영을 시작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두 인용 모두 문재인 대통령의 말이다. 전자는 2018년 유엔총회 연설, 후자는 2017년 유엔총회 연설이다. 전자가 평양공동선언 직후의 입장이었다면, 후자는 6차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이후의 입장이었다. 정세는 바뀌었지만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일관되게 평화체제가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까지 확대되는 것을 구상해온 것으로 보인다. 이삼성 교수는 <한반도의 전쟁과 평화>에서 동아시아 국제질서의 몇 가지의 미래 모델을 제시하면서, 향후 수십 년간 가장 현실적인 질서 형태는 중국과 미일동맹을 두 축으로 하는 양극질서가 될 것이지만,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장 이상적 형태는 평화적 다극질서라고 말한 바 있다.

<73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문재인 대통령>
 
생각해보아야 할 것은, 양극질서와 다자안보체제가 각각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이다. 현재 진행되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는 별개로, 미중갈등은 심화되고 있다. 지금 계속되는 미국의 방위비분담금 인상 요구는 미중갈등 심화의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한미동맹의 공식적 명분이 북한 억제임에도 불구하고 전략자산 전개 등을 이유로 방위비분담금 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북한과의 갈등이 평화적으로 해결되어 북한을 억제할 필요가 없어지더라도 전략자산의 전개 등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북한과 상관없이 한미동맹을 미국의 동아시아 안보전략의 한 축으로 삼겠다는 것일 수 있다. 이미 사드배치로 인해 중국의 보복이 이루어졌던 전례를 생각해본다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의 입장은 더욱 곤란해질 수밖에 없다.
 
양극질서가 갈등의 지속과 심화라면, 다자안보체제는 갈등의 억제와 해소에 근접한 안보보장 방안으로 볼 수 있다. 다자안보체제는 현재 일어나고 있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빗대어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현재 북한의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발사가 중단되었고, 한미연합훈련도 마찬가지다. 또한 평양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남북 군사분야합의서를 통해 상호간의 적대행위 중단의 중대한 진전이 예고되었다. 다자안보체제에서는 이러한 조치들이 더 많은 국가 사이에서 일어나게 될 것이다. 물론 현재로서 다자안보체제는 매우 요원한 일이다. 하지만 이미 사드배치의 전례를 통해 한국이 상호 적대적인 동맹의 어느 한 쪽을 선택하기 어렵다는 것은 자명해졌다. 이렇게 본다면 문재인 대통령의 다자안보체제로의 선택은 이상적이라기보다는 불가피한 선택에 가까울 수도 있다.
 
하나의 의문점은, 문재인 대통령의 다자안보체제 구상과는 별개로 취하고 있는 ‘힘을 통한 평화’라는 입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평양정상회담 직전인 9월 14일, 3천 톤급 잠수함인 도산안창호함 진수식에 참석해 “강한 해군력은 해양강국으로 가는 핵심”이라며, “‘힘을 통한 평화’는 우리 정부가 추구하는 흔들림 없는 안보 전략”이라고 말했다. 주지하다시피 문재인 정부는 취임 후 지속적으로 강한 군대를 강조해왔다. 3축 체계를 중심으로 한 국방개혁 2.0도 국방강화의 선상에 놓인 것이다. 정권 초기와 비교했을 때 바뀐 것은 국방개혁 2.0의 대상이다. 평화정세로 접어들면서, 그 대상은 북한이 아니라 ‘미래의 불확실하고 비전통적인 위협’, 즉 주변국으로 대상이 바뀌었다.
 

<국내 최초 중형급 잠수함인 도산안창호함>
언급했듯, 양극질서구조가 대립을 통해 국가 간 갈등을 지속하고 심화시킨다면, 다자안보체제는 대립하는 당사국 간의 협의를 통해 갈등을 억제하는 구조다. 군사적으로 본다면 양극질서는 군사적 위협의 존속과 증대, 그로 인한 군비증강일 것이며, 다자안보체제는 군사적 위협의 억제와 해소, 그에 맞춘 군비통제와 군비축소일 것이다. 이것이 다자안보체제를 구상하는 문재인정부가 일방적으로 군비를 통제하거나 축소해야한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다자안보체제가 논의된다면, 아마 한반도는 그 지정학적 조건으로 인해 중간자 역할을 맡게 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중간자 역할을 자처해 대화를 견인해나가려는 시도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문재인정부가 취해야 할 태도는 적어도 “강한 해군력을 통해 해양강국”을 이룩하겠다는 태도는 아니다. 계속되는 남중국해 갈등을 보면 알 수 있듯, 동아시아 지역 해양 분쟁은 미중갈등의 핵심이기도 하다. 한국이 취해야 할 태도는 미국과 중국 상호간의 협조를 이끌어낼 수 있는 태도여야 한다.
 
주변국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국방력 강화라든지, 강한 해군력을 통한 해양강국을 이룩하겠다든지 하는 입장은 만약 한국이 상호 적대적 동맹의 어느 한 쪽에 서게 될 경우 오히려 군사적 위협을 증대시킬 수 있는 것이다. ‘힘을 통한 평화’는 오히려 양극질서에 더 들어맞는 인식이다. 국방력 강화는 물론, 그 대상을 북한 이외 영역으로 확장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국방개혁2.0이 우려스러운 이유다.

군사안보 관련 이슈 Top 10 (2018, 9/14~2018, 9/27)

1 평양정상회담서 각 분야 합의 담은 평양공동선언문 채택. 군사합의서에는 육해공 적대행위 중지한다는 실질적 종전선언 담겨
2 유엔 총회서 문 대통령 각국에 북한 비핵화 지지 촉구,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 가까운 시일내에 열릴 것 발언
3 아베 3연임 성공해 총리 임기 3년 연장, 전쟁가능국가로의 개헌 가속화 우려
4 도산안창호함 진수식서 문재인 대통령 “힘을 통한 평화” 강조
5 이란 군사 퍼레이드서 총격, 하메네이 “배후에 미국” 지목
6 미 국무부, 러시아판 사드(S-400) 등 구매한 중국 군부 제재
7 폼페이오, “북한의 특정핵 시설 및 무기 비핵화 논의 진행 중” 밝혀
8 주한미군사령관 내정자 에이브럼스, “내년 봄, 한미연합훈련 재개” 시사
9 마린온 추락 사고, ‘제조 공정서 발생한 부품 결함’이 원인
10 소강원 전 기무사 참모장 기소, 단원고 사찰한 기무사 장성 소환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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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활동 소개

[2018년 9월 18일] <기고> 곧 시작될 평양회담, 판문점선언 1조 1항을 주목한다 -2018 남북정상회담 평양… 한반도 평화 열 역사적 합의 내오길-

이 글은 지난 9월 18일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박석진 상임활동가가 오마이 뉴스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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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사 보기>

[2018년 9월 19일] <성명>2018 평양정상선언, 한반도 비핵화 재확인과 남북군사분야 합의 진전 환영한다 -미국과 국제사회는 남북 정상의 평화에 대한 의지 존중하라-

2018 평양정상선언, 한반도 비핵화 재확인과 남북 군사 분야 합의 진전을 환영한다. -미국과 국제사회는 남북 정상의 평화에 대한 의지 존중하라- 2018년 9월 19일, 남북 정상은 판문점선언에 이어 평양선언을 통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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