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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0. 29. (월) 제161호 

한 주의 시詩작

기린과
기린이 아닌 모든 것의
사이에서

 
나는 목이 긴 기린을 꺼냅니다. 호주머니에서가 아니고
당신과 마시던 술잔이라든가 휴대전화에서가 아니고
명백한
초원에서

기린은 기린인 것을 증명하지 않습니다. 이 도시의 골목들을 거닐 뿐
담장 바깥으로 넘어온 나무줄기를 느리게 씹으며 기린과
기린이 아닌 모든 것의
사이를

나는 조금씩 키가 자라고
길어진 목으로 출근을 하고
서서 낮잠을 자고 저녁에는
해 지는 강변에 가만히 서 있습니다.
기린과
기린이 아닌 모든 것의 사이에

이런 세계가 있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습니다. 이윽고
당신이 나를 꺼냅니다. 주섬주섬 호주머니에서
초원에서
내가 아닌 모든 것과
나의
명백한 사이에서

이장욱,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 2016


기린을 꺼낸다는 것이 무슨 말일까? 지금 시인은 아마도 “당신”과 함께 술을 마시고 있는 것 같고, 아마 시인이 있는 곳은 기린이라고는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는 곳인 것 같다. 그래서 시인은 말한다. 기린은 “명백한 초원에서” 왔다고. 물론 초원은 여기와 전혀 동떨어진 곳이다. 

우리도 가끔 “술잔”과 “휴대전화” 같은 일상과 전혀 동떨어진 무엇을 떠올리곤 한다. 그게 여기에 있을 수 없음을 알면서도. 그래서 그럴까. 기린은 여기도, 초원도 아닌 “기린과 기린이 아닌 모든 것의 사이를” 거닐고 있다. 그 “사이”란 사실 모순적인 세계다. 당연히 시인도 “이런 세계가 있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다. 

그럼에도 시인은 그 “사이”를 바라보고 있다. 그렇다면 시인은 어디에 있는가? 아직은 “기린이 아닌 모든 것”의 공간에 머물고 있는 것 같다. 자신이 바라보고 있는 사이의 세계를 믿지 못하면서. 그런 시인을 “이윽고 당신”이 꺼낸다. 

사실 시인이 기린을 꺼낸 그 순간부터 시인은 똑같이 꺼내어질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여기 없는 것과 함께 거닐기 위해서는 시인도 그 “사이”로 돌입할 수밖에 없다. 다만 시의 처음과 달라진 것은, 시인이 호주머니와 초원에서 똑같이 꺼내진다는 것이다. 시인은 여기에서 아니면 저기에서 왔는지 모르는 모호한 상태로 존재하고 있다.

그렇다면 사실 나와 내가 아닌 것, 여기와 여기가 아닌 것이 만나기 위해서는, 그 성립할 수 없을 것 같은 모호한 “사이”가 존재해야만 하는 것이 아닐까.  

나는 그 사이를 기린이라는 여기도 저기도 아닌, 어떤 신비라고 생각했다. 이 시를 함께 읽은 내 친구는 그 사이를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기린”을 꺼냈고 “당신”은 “나”를 꺼냈다. “나”도 “기린”이 아니고, “당신”도 “나”가 아니다. 그렇다면 당신이 “나”를 꺼낸 순간, 당신도 당신이 아닌 무언가에 의해서 꺼내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기린과 당신과 나는 그 “내가 아닌 모든 것과 나의 명백한 사이에서” 함께 거닐게 된다. 모두는 물론 아무것도 “증명”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Watch M’ 주간 칼럼

국방의 세속화
 

이번 국정감사에서 기찬수 병무청장은 병역특례 전면 재검토와 함께 폐지 또한 적극 검토할 의사를 밝혔다. 지난 아시안 게임 때 병역특례 문제가 다시 불거진 데 대한 반응이었다. 논란이 되는 것은 ‘형평성의 문제’다. ‘신성한 국방의 의무’로 간주되는 병역의무를 편법을 사용해 피해가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공분하는 것이다. 형평성이 문제가 되는 것은, 한국사회의 병역의무가 굉장히 힘들기 때문이다. 동시에 그 고생스러운 병역의무는 절대 피해서는 안 되는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과연 어떤 과정을 거쳐서 병역의무는 ‘신성한’ 것이 되었을까?
 
정확히 말하자면 병역의 의무, 즉 한국에서의 국방의 의무는 본래부터 신성한 것이 아니라 ‘신성화된’ 것이다. 병력관리를 위한 병무청은 박정희정권 때 만들어졌다. 주민등록법 또한 병력관리를 보다 용이하게 만들기 위해서 제정된 것임은 잘 알려져 있다. 독재의 유지를 위해 필요한 것은 조직적인 통제와 관리고, 통제와 관리를 정당화하기 위해 필수적인 것은 위협이다. 박정희정권은 북한과의 체제 경쟁에서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 ‘조국 근대화’와 ‘국방력 강화’를 목표로 내세웠다. 한 역사학자가 ‘조국 근대화는 조국 군대화’라고 말한 것처럼, 조국 근대화라는 절대적인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한국사회는 군사화되어야 했다.
 
병역관리와 산업화는 똑같이 철저하게 군사화된 통제방식으로 관리되었다. 군인뿐 아니라 국민도 동원된 것처럼 노동해야 했다. 거기에 동참하지 않은 국민은 마땅한 국민의 의무를 져버린 사회악적인 존재로, 비국민으로 간주되었다. 강력한 통제는 자기검열의 기제가 되고, 자기검열은 마치 도덕처럼 기능한다. 의무는 본래 밖으로부터 부과된 것이지만, 통제가 심해질수록 절대적인 것으로 간주되어 기꺼이 자발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것이 된다.
 
그 모든 과정을 정당화했던 것은 북한으로 지칭되는 적의 위협이었다. 군사독재에 대한 저항을 통해 민주화가 이뤄졌지만, 군대의 민주화는 더뎠다. 계속 원점으로 되돌아오는 병역특례 논란과 최근까지도 완화와 악화를 반복해 온 남북관계의 원인은 다르지 않다. 정치권을 포함한 군의 안보인식이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이주영 자유한국당 의원은 병역특례의 문제점으로 형평성 문제뿐 아니라 인구절벽에 의한 병력자원의 급감을 거론했다. 국방의 의무를 피하려는 것 자체가 불경한 것이고, 또한 병력감소에 따른 안보위기 때문에 병역특례를 폐지해야한다는 것이다.
 
안보제일주의를 강조하는 태도와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의심하지 않는 태도는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이전 정권부터 국방개혁에는 병력감축 논의가 계속 포함되어 있었지만, 실질적으로는 이뤄진 적이 없다. 안보상황이 나아지지 않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이번에 제출된 국방개혁2.0에서 병력감축 논의를 북한의 병력 감축과 연계한 군축 논의로 확장시키고 예상되는 입대 예정인원 감소에 대응하여 병역특례를 포함한 대체복무의 다양화를 검토했다면 병역특례 논란은 더 이상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는 변화하는 안보정세와 더불어 군의 인식 변화는 불가피하다. 군은 이제라도 그 ‘신성한’ 지위를 내려놓아야 한다.

군사안보 관련 이슈 Top 10 (2018, 10/21~2018, 10/27)

1 평양공동선언과 군사분야합의서 비준, 국무회의서 자체 심의.의결
2 남북장성급군사회담서 GP철수, 한강하구 공동수로조사 합의, 군사공동위원회 위원장 선정은 의견 일치 못해
3 청, ‘북한 국가 아니다’ 발언 논란에 다시 다양한 측면 있다며 해
4 볼턴, 북미정상회담 내년 초 개최 가능성 언급
5 시진핑-아베 정상회담, 양국 정상궤도 복귀 선언
6 트럼프, 중거리핵전력 조약 탈퇴, 러 “보복 부를 것” 경고
7 병무청장, 병역특례 제도 전면 재검토, 아예 폐지도 검토
8 미, 비질런트 에이스 유예 제안, 방위비 분담금 협상 압박 카드 분석도
9 북 개성공단 자산동결 해제 의지 밝혔단 보도, 통일부는 그런 적 없다 반박
10 미 재무부, 싱가포르 기업, 개인 추가 대북 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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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활동 소개

[2018년 10월 23일] 2018 연속 기획강좌 -시민의 눈으로 군대를 보다- 첫번째 이야기 ‘전쟁과 난민, 한국사회 : 드리운 현실, 가려진 진실’ <강의 녹취>

지난 10월 23일(화) 저녁 7시 30분, 천주교 예수회센터에서 2018 연속 기획강좌-시민의 눈으로 군대를 보다-가 첫 번째 이야기인 ‘전쟁과 난민, 한국사회 : 드리운 현실과 가려진 진실’로 시작되었습니다! 이날 강좌에는 시리아 내전의 고통을 멈추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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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2018 열군의 연속기획강좌 2강 <문재인정부의 ‘국방개혁2.0’ 군을 바꿀 수 있을 것인가> 11월 1일(목) 저녁 7시 30분 / 천주교 예수회센터

11월 1일, 목요일 저녁 7시 30분 천주교 예수회센터 1층 강의실에서 2018 기획강좌 -시민의 눈으로 군대를 보다-의 두 번째 강의가 시작됩니다. 두 번째 강좌의 주제는 ‘문재인정부의 국방개혁2.0’입니다. 정권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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